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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보육시설 설치 않은 사업주에 보육수당 지급 이끌어내

작성자
노동조합
작성일
2021-02-03 09:42
조회
528
 

[승소열전] 법무법인 동인… 직장보육시설 설치 않은 사업주에 보육수당 지급 이끌어내

일정규모 이상 사업장에 직장보육시설 설치 명문화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입력 : 2021-01-25 오후 12:00:15

법무법인 동인(대표변호사 노상균)이 구 영유아보육법상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이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이 직접 사업주를 상대로 보육수당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 주목받고 있다.

만 6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 있던 A씨 등은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B사 근로자들이다. A씨 등은 회사에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보육수당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A씨 등은 2009년 12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청구액 등을 변경해 "B사는 2006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보육수당의 최소한도인 정부 보육료 지원 단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보육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구 영유아보육법 제14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다만, 사업장의 사업주가 직장보육시설을 단독으로 설치할 수 없을 때에는 사업주 공동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하거나 지역의 보육시설과 위탁계약을 체결해 근로자 자녀의 보육을 지원하거나,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0조는 직장보육시설 설치 대상 사업장을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으로 정했다. 아울러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8조는 사업주가 지급해야 하는 보육수당을 '정부 보육료 지원단가의 100분 50 이상'으로 정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은 "영유아보육법 제14조 등에 따라 근로자들이 사업주를 상대로 곧바로 보육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취득한다고 볼 수 없고,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계약 등을 통해 보육수당의 지급 대상과 시기, 액수 등이 구체화돼야만 비로소 그런 권리를 취득하게 된다"며 "관련 조항들은 영유아보육법의 사회보장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주들에게 자율적으로 보육시설 설치 책임을 부과하되,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여러 대체수단 중 하나로서 보육수당 지급책임 및 지급액의 하한을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육수당 지급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A씨 등에게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역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시설 설치 않았다면 대체 수단 이행은 법적인 의무

A씨 등 근로자들을 대리한 동인은 상고심에서 △1,2심이 공사 이분론에 함몰돼 관련 조항을 공법상의 정책규정으로 오해했다며 △관련 조항은 보육수당 지급에 관한 사업주의 재량권 혹은 선택권을 보장한 임의조항이 아니라, 반드시 다른 대체수단을 이행하라는 법적의무 이행을 명령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적극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 등이 B사를 상대로 낸 보육수당청구소송(2013다31601)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을 제기한 지 11년 만이다.

재판부는 "관련 조항에 따라 사업주가 보육시설 제공과 관련해 3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3가지 방법 중 어떤 것으로도 보육시설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사업주의 의무는 보육수당 지급의무로 확정된다"며 "이를 근거로 A씨 등은 정부 보육료 지원 단가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보육수당 최소한도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을 대리한 안중민(61·사법연수원 28기·사진) 동인 변호사는 "사업주에게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할 의무가 있다고 명문화했음에도 그동안 근로자들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사업주에게 직장어린이집의 설치·운영을 청구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권리를 갖는지 여부가 불명확했다"며 "이번 판결은 근로자들에게 이러한 권리가 있다고 명백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입법을 통해 관련 기준과 규정이 시행령 등으로 정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에서는 해당 조문을 추상적·선언적 기준이라고만 해석했다"며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문화된 관련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체적 의무'의 효과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보육수당은 폐지됐다. 하지만 일정규모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며, 직장어린이집을 단독으로 설치할 수 없을 때는 사업주 공동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어 근로자 자녀의 보육을 지원해야 하는 의무는 여전히 남아있다.